토머스 프리드먼, 지난 6월 14일 NYT 기고문 화제

프리드먼 "한미중, 북핵 해결책은 '말에게 노래 가르치기’

北 ICBM 발사로 미국 자신의 위기로 변화…韓·中 “어떻게 되겠지”하며 무관심

전경웅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7.08.09 18: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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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통일·외교부장입니다. 통일부,외교부,북한,국제 분야를 담당합니다.

    저의 주된 관심은 '국익보호'입니다. 국익보호와 관련된 이슈는 국제관계에서만 발생하지 않습니다. 국내의 어두운 세력들이 더 큰 위험성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기자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자가 알려주는 정보가 세상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퓰리처상 수상자 토머스 프리드먼. 美‘뉴욕타임스(NYT)’에 정기적으로 국제문제에 대해 기고하는 칼럼니스트이자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세계는 평평하다’ 등 베스트셀러 저자이다.

그는 UPI 런던 지사 소속으로 1979년부터 1981년까지 베이루트 내전을 취재하기도 했다. 그의 분석이나 설명을 담은 칼럼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진보 진영 내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그가 지난 6월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내용이 있다. 북한을 상대하는 최전선 한국의 ‘이상한 모습’에 대한 설명과 북한 문제 해법에 대한 주장이었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상에는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있다”면서 지난 5월 하순 한국을 방문했을 때 겪은 일을 설명했다.

그는 5월 28일 한국에 도착해 이튿날 아침, 호텔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내려가던 중 휴대전화에 뜬 속보를 본다.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 동해상에 떨어졌다는 내용이었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때 이스라엘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며 ‘호텔 방공호’로 대피할 준비를 했다고 한다. 이스라엘에서는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의 ‘하마스’가 로켓포를 쏘면 사이렌이 울리고 모두 대피하는 것이 일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호텔 뷔페에 도착했을 때 놀랐다고 한다. 식당은 가득 차 있었고 아침을 먹는 한국 사람들은 ‘북한이 또 미사일 쐈대? 정신 나간 녀석들…. 저기 김치 좀 더 줄래요’와 같은 대화를 나누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더라는 것이었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미군의 B-1B 랜서 폭격기 2대가 괌에서 날아와 휴전선 바로 앞까지 갔다”며 이를 “북한이 핵무기 폭격연습이라며 맹비난하는 행동을 미군이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한국 증시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북한과 휴전선을 맞댄 비무장 지대(DMZ) 인접 지역인 문산이 서울로의 출퇴근이 편해지면서 한국 청년들의 주거지로 각광을 받는 것만 봐도, 특히 한국 젊은 층은 북한 미사일의 위협 아래 사는 데 별 거부감이 없는 것 같다”면서 “정말 사람의 적응력은 대단하다”고 비꼬았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나는 레바논 내전이 한창일 때 베이루트에 살았다”며 당시 저녁 식사에 손님을 초대한 베이루트 시민들이 손님들에게 했던 말을 전했다.

“지금 그냥 식사 하실래요, 아니면 전투가 끝났다는 방송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실래요?”

토머스 프리드먼은 방한 당시 ‘아산정책연구원’을 통해 한국 대학생들과 인터뷰를 나눴던 내용도 소개했다. 한국 대학생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두려움이 점차 사라졌다고나 할까” “북한이 실제로 남한을 공격하거나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한국이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북한보다 앞서 있다” 또는 “남한이 북한보다 GDP가 20배나 높은데, 북한을 먹여 살리는 데 저희 세금을 쏟아 붓는 게 싫다”는 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인터뷰와 토론을 한 지 며칠이 지나자 감이 잡혔다”면서 “미국은 한반도에서 펼쳐지는 ‘드라마’ 속에서 혼자 유별나게 구는 주인공 같았다”고 주장했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중국과 한국은 생각이 비슷한 면이 있다”며 “두 나라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은 북한이 실제로 핵공격을 하는 게 아니라 북한 경제가 무너져 김정은 정권이 끝장나거나 미국이 군사적 수단으로 북한을 파괴하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고 지적했다.

북한 체제가 갑자기 무너지면, 중국과 한국으로 엄청난 난민이 몰려들고, 북한 핵물질이 누구 손에 들어갈지 모르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나 어마어마한 통일 비용을 떠안아야 하는 한국의 현실, 핵무기를 보유한 통일한국을 반기지 않는 중국의 입장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반면 미국은 북한이 美본토를 공격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美본토 서부가 북한 탄도미사일의 사정권에 든다는 점만으로도 긴장하고 있으며, 전례 없이 북한의 위협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그런데 중국과 한국은 미국이 독단적으로 북한을 선제타격 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미국이 한국에 ‘사드(THAAD)’를 배치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하면서 “하지만 새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완전 배치를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 본토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미군의 레이더를 들이는데 강한 거부감을 보인 중국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시작하며 한국을 위협할 때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동맹을 지킬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미국의 말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데 효과가 있을지, 실제 공격이 일어나면 정말 한국을 지켜줄 지는 미지수”라는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의 이야기도 소개했다.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은 “이제는 한국이나 일본을 지켜주겠다는 확고한 의지 표명이 문제가 아니라 미국 자신이 위협에 노출됐다”면서 “美정부는 이제 동맹국의 눈치를 보거나 양해를 구할 게 아니라 자국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을 내리면 되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를 바라보는 한국인들은 그가 무슨 일이든 저지르고 볼지 모른다는 생각에 무척 걱정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인 가운데는 김정은보다 트럼프를 더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함재봉 원장의 이야기도 전했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북한 핵문제 해법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북한은 원유 수급의 95%를 중국으로부터 얻고 있으므로, 중국이 원유 공급만 중단하면 내일 당장 경제가 마비되는데도 중국이 단 한 번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중국이 북한산 석탄 수입을 중단한 것은 북한 정권에 재정적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시키지 못했다는 점 등을 거론한 뒤 “지금까지 중국의 행동을 보면, 트럼프가 과격한 행동을 할 정도만 북한을 제재하고 말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중국이 지향하는 바는 북한이 美본토를 실제로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의 핵무기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거나 핵무기 개발을 아예 중단하도록 압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토머스 프리드먼의 분석이었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지금 상황에서 보면,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체제 전복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만으로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려는 뜻이 없는 것 같고, 미국 또한 북한이 먼저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해줄 생각도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 같은 설명에 이어 “중국과 한국은 북한 붕괴를 원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런 상황을 꺼린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한국은 북한이 필사적으로 보복할 것을 알기 때문에 군사적 카드도 함부로 쓰지 못하며, 중국과 한국은 물론 미국 또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가는 자칫 북한의 핵보유 사실을 인정할지 모른다는 우려로 대화도 피하고 있으며, 김정은이 협상에서의 약속을 지킬지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과 한국, 미국은 그렇다고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능력을 발전시켜 온 북한을 무시하는 것도 갈수록 어려워지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칼럼의 말미에서 한 고사(古事)를 인용했다. 죄를 지어 왕에게 붙들려 간 뒤 “1년만 주면 왕께서 아끼는 말에게 노래를 가르칠 수 있다”는 약속을 해 시간을 번 죄수의 이야기였다.

“말에게 노래를 가르치겠다”는 황당한 약속을 했다는 사실을 들은 다른 죄수가 비웃자 그 죄수는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는데 어쨌든 1년은 더 살 수 있게 됐지 않느냐”며 “그 사이에 왕이 죽을 수도 있고, 말이 죽을 수도 있고, 내가 죽을 수도 있고, 아니면 말이 정말로 노래를 할 수 있을지 모르지 않느냐”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지금 우리들의 대북정책은 이처럼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 앞에서 무언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과 같다”면서 “어쩌면 말이 사람의 노래를 불러주기를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며 끝을 맺었다.

토머스 프리드먼의 칼럼이 한국과 중국 내부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분석했는지는 의문이다. 다만 그가 인용한 호텔 등 한국 사회의 분위기나 한국 대학생과 젊은 층이 보여준 북한 문제에 대한 인식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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